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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9-2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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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권주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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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2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엘 가이아호가 손상되고 선원 두 명이 실종됐다. 국제해사기구의 집계다. 해협의 위기를 말할 때 우리는 유가와 항로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배에는 사람이 타고 있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가족에게 법은 무엇을 돌려줄 수 있는가? 대한항공 007편 유족들도 그 질문을 미국 법정에 가져갔고 총 세 건이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지난달 살펴본 챈 대 대한항공(Chan v. Korean Air Lines, 490 U.S. 122 (1989)) 판결이 항공권의 작은 글씨를 다루었다면, 뒤이은 두 판결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죽기 전의 고통을 다루었다. 1983년 9월 1일 소련 전투기의 격추로 269명이 숨진 참사는 국제항공협약과 미국 해상법이 만나는 자리에서 또 다른 매정함을 드러냈다. 지커먼 대 대한항공(Zicherman v. Korean Air Lines, 516 U.S. 217 (1996))에서 희생자의 어머니와 자매는 고인과 나누던 사랑과 가족적 동반 관계의 상실에 대한 배상을 구했다. 스칼리아 대법관이 쓴 만장일치 판결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바르샤바협약은 항공사의 배상책임을 정하지만, 어떤 손해를 배상할지는 적용되는 국내법에 맡긴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는 미국의 공해사망법(Death on the High Seas Act)이 적용되었고, 법이 인정한 것은 유족의 재산적 손해(pecuniary damage)뿐이었다 모바일 바다이야기 가상 계좌 . 그래서 가족이 누리던 사회적 및 관계적 상실은 배상 대상에 포함될 수 없었다. 2년 뒤 둘리 대 대한항공(Dooley v. Korean Air Lines, 524 U.S. 116 (1998))에서 피해자의 가족들은 또 다른 문을 두드렸다. 유족 자신의 상실이 아니라, 희생자가 사망 전에 겪은 고통에 관한 청구권을 상속자가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토머스 대법관이 쓴 판결도 만장일치로 그 길을 막았다. 미국 의회가 공해사망법을 입법했을 때, 배상받을 사람과 손해의 범위, 곧 배상 대상을 재산적 손해를 입은 자로 정했으므로 법원이 이를 넓힐 수 없다는 논지였다. 물론 대법원은 고통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고통이 분명히 있었겠지만 해당 법 아래에서는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결정이었다. 법률가에게는 청구권의 유무에 근거한 판단이었지만, 유족에게는 뼈아프고 절실한 상실이 법이 인정하는 언어로 번역되지 못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해사망법의 출발은 유족의 아픔을 구제하는 데 있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해상법은 사람이 다치면 인정하던 손해배상청구를 사망한 경우에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타이타닉호의 침몰(1912)과 같은 해상 참사를 겪으며 의회는 1920년에 그 공백을 메웠다. 모바일 바다이야기 예시 그러나 구제의 문을 열면서도 재산적 손해에 국한하는 경계도 세웠고, 그 경계가 훗날 대한항공 007편 참사 유족의 청구를 가로막았다. 한때의 진전이 시대가 바뀌면서 보호의 한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커먼과 둘리의 두 판결 이후, 의회는 2000년 법을 고쳐 일정한 상업항공 사고에서 돌봄과 위안, 동반 관계의 상실도 배상하도록 했다. 1996년에 일어난 TWA 항공 800편 추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망한 230명 중 16명의 미성년자에 대한 재산적 손해 금액이 제로 달러에 가까웠음에 분노한 강한 여론 때문이었다. 실제로 2000년의 공해사망법 개정은 소급 적용되어 TWA 800편 피해자들을 포함하였다. 허망하게도 2000년 개정은 대한항공 007편의 희생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향후 항공 사고에 적용되도록 입법되었으나, 사고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같은 바다에서 가족을 잃어도 항공 사고인지 해상 사고인지에 따라 미국법이 인정하는 상실의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국제 해상사고를 다루는 미국법의 매정함은 바로 이러한 공간적·시간적 경계들에서 드러난다. 책임이 인정되어도 모든 고통이 배상되는 것은 아니며, 국제협약이 있다고 구제의 내용까지 같아지는 것도 아니고, 개정법이 소급 적용된다고 해서 모든 참사가 포함되는 것도 아니다. 바다는 사람을 계속 삼키고 있고, 법은 삼켜진 생명의 가치를 계속 등분하고 있다. 줄리어스 남 교수(미국 라시에라대, 전 미국 LA 연방검찰청 검사) or: #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