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금난새(79)씨가 대구시민의 일상에 새로운 선율을 더했다.
그간 지휘봉을 잡으며 예술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삶과 리더십, 문화예술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경북일보가 주관하는 '2026 인생백년 아카데미 토크콘서트' 마지막 행사가 21일 오후 서구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창의적인 예술경영'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금난새씨는 지휘자이자 예술경영인으로 살아오며 겪였던 다양한 일화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는 먼저 대구·경북과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경북예술고등학교의 명예 교장직을 맡기도 했던 금씨는 이 학교 학생들과 여러 차례 연주를 같이 했다. 서울예고 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경북예고 학생들의 합동 연주회 자리를 만들었고, 다른 지역 학교를 직접 찾아 소통하는 활동도 이어왔다.
금씨는 "대구와 인연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저에게) 20년 전 경북예고에서 지휘(오케스트라)를 해달라고 했고, 이후에도 매년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매년 한 번씩 가서 연주를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청소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음악은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인데, 각자 울타리 안에서만 잘하자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서울여고 50명, 경북예고 50명 총 100명이 함께 베토벤, 브람스와 말러 등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하는 자리도 만들었다"고 당시를 회생했다.
금씨는 지휘자로서의 음악 인생 이야기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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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한 후 한국에 없던 오케스트라 지휘를 배우러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제5회 카랴얀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4위에 입상하며 세계적인 지휘자로 데뷔했고, 귀국 후 국립교향악단 등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KBS교향악단(옛 국립교향악단)을 이끌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존재감이 없던 수원시립교향악단(수원시향)이 금씨에게 연락해와 "오케스트라를 도와주면 어떠냐"고 호소해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휘자를 자처한 것이었다.
당시 국내 최고의 교향악단이던 KBS 교향악단에서 알려지지도 않고 규모도 작은 수원시향으로 가자 금씨가 불명예스럽게 나가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좋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도 좋은 지휘자이지만, 망가진 오케스트라를 살려내는 것도 능력있는 지휘자'라는 생각을 가져 자리를 옮긴 것이다.
개선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도 내기 시작했다. 당시 매년 50만 원 정도의 후원금이 들어왔는데 단원들에게 나누니 10만 원도 안되는 수준이었고, 이를 나누기보단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자고 생각해 오페라를 계획했다.
수원에 클래식을 좋아하는 큰 가구。 사장에게 연락해 가구를 빌리고싶다고 부탁했다. 사장은 가구 무료대여를 흔쾌히 승낙했고, 일반적인 무대 세트로 만들어놓은 가짜 가구보다 더 현실감 있는 오페라 세트를 완성해 전석을 꽉 채웠다.
금씨 특유의 발상은 대기업의 장기 후원을 이끌어내는 데도 발휘됐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전자로부터 오케스트라를 후원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은 일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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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시 부회장이 10억 원을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돈도 중요하지만 '삼성과 제휴를 맺어 5년간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삼성 측에서 한 달 동안 토론하더니 그러기로 했다"라며 말했다.
금씨의 창의적인 시도는 음악을 넘어 공간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 2021년 문을 연 음악 공간 '금난새뮤직센터'를 언급하며, 지난해에는 30년 넘게 방치됐던 경기 성남의 하수처리장을 산책로와 음악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소개했다.
쓰임을 잃은 공간에 음악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시민들이 찾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금씨는 이날 자신이 즐겨 인용하는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주둥이가 긴 동물을 초대해 납작한 접시에 음식을 주거나 반대로 주둥이가 짧은 동물에게 깊은 그릇에 음식을 주면 되겠느냐"며 "내가 위대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대신 상대를 생각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금씨는 음악가들을 초청해 기타와 반도네온(일종의 아코디언) 연주를 대구시민에게 선보였다.
영화 '여인의 향기' 삽입곡으로 유명해진 C.Gardel(가르델)이 작곡한 'Por Una Cabeza'(간발의 차이로)와 프랑스 샹송 '오 샹젤리제' 등을 연주하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호응했다.
끝으로 금난새씨는 "서구문화회관에서 만나게 돼 기쁘다. 두 음악가 친구들이 (음악의) 향기를 전달해준 것 같다"며 "여러분, 행복하세요. 또 만나겠습니다"라는 인사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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