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어제(22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는 헌법적 근거와 구체적 사유가 없어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반발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둘러싼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갈등이 이제는 서로의 헌법적 권한을 침해했다는 공방으로 번진 것은 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이 그제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직접 만난 뒤에 벌어진 상황이라 더욱 유감이다.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갈등이 여기까지 온 데에는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최종 협의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손봉기 후보자를 서면 제청했다. 청와대 역시 손 후보자에 대한 제청을 반려하면서 기존 후보추천위가 추천한 후보 가운데 다른 인물을 다시 제청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 이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제약하는 행위다.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구하더라도 대법원이 새로운 후보추천위를 구성할 수 있는 선택지를 열어뒀어야 했다. 여기에 조 대법원장이 어제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면서 해결의 여지는 더욱 좁아졌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副署)가 필요하고, 재제청 요청 문서에는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조 대법원장의 지적은 따져볼 만하다. 청와대도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했다고 비난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재제청 요구의 헌법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을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대법관 인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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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 이유와는 별개로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압박하는 대통령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대법원장 사이의 힘겨루기 양상이 진짜 원인이라고 다수 국민이 생각하고 있다. 재제청 절차가 명문화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이 법 해석을 달리하면서 서로의 권한 침해만 주장한다면 공방은 길어지고 대법관 공석만 더 장기화할 수 있다. 여당에서는 이번 일을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조 대법원장을 법제사법위에 출석시켜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런 압박은 사법부 흔들기 논란만 키울 뿐이다. 지금은 청와대가 기존 추천 후보 중 특정인을 이번에 반드시 임명하겠다는 입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결의 출발。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후보 추천 절차나 추가 협의 등 현실적인 출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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